저자 소개 : 허태연
서울에서 태어났다. 해남, 제주도, 홍천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플라멩코 추는 남자]로 제11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친 인생들의 마음 치유소 '하쿠다 사진관'
이 책의 주인공 제비는 한 사진관에서 일을 했다. 사회생활로 지쳐 있을 때쯤 제비는 우연히 광고판에 화려한 제주 사진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때, 제비는 결심했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떠나기로 말이다. 지칠 대로 지친 자신에게 주는 선물 '여름의 제주도' 제주도에서 '한 달 살이'를 할 계획이라 지내고 있던 원룸도 계약을 해지하고 그렇게 제주로 날아왔다.
그리고 마지막날 서울에 가면 함께 지내기로 한 사진관 동료 보라에게서 남자 친구 때문에 같이 지내지 못할 것 같다는 톡을 받고 확인하며 해변가를 걷다가 예의 없는 청년이 가지고 가던 서핑보드에 부딪혀 얕은 바다로 넘어지고 만다. 제비는 바다를 좋아하지만 어릴 적 물에 빠진 기억이 있어 트라우마가 있다. 너무 놀라 겨우 일어났지만 이미 핸드폰은 먹통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핸드폰 안에 신용카트, 비행기 티켓 모든 게 들어있었다. 주머니에 있는 젖은 7천원으로 공항까지 가려다가 생각이 들었다. 지금 서울에 가봤자 지낼 곳도 없다.
제비는 해안도로를 따라 걸으며 6월 말 시작한 한 달 동안의 여행을 뒤돌아 생각해 봤다. 자기가 계획했던 것들 중 하나라도 해낸 것이 없었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돈을 많이 써서 이제 현금이라고는 7천원 뿐이였다. 신용카드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그 마저도 핸드폰 먹통으로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자신에 대해 한심하게 생각하면서 얼마나 걸었을까? <놀당갑써! 대왕물꾸럭마을!>이라고 쓰여있는 현수막을 보았다. 제비는 현수막 옆에 놓인 안내판을 보았다. 물꾸럭은 제주도 말로써 문어를 뜻한다고 한다. 이 마을은 옛날부터 문어가 가장 많이 잡히던 마을이라고 한다.
제비는 다시 길을 걸었고, 급커브를 돌자 멀지 않은 곳에 벼랑이 보였다. 그리고 그 위에는 이층 집처럼 생긴 하얀색 건물이 눈에 띄었다. 제비는 카페라고 생각하고 반가워서 달려갔다. 하지만 가보니 카페가 아니라 사진관이었다. 우연하게 들어가게 된 사진관에서 제비는 계획에는 없었지만 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는 알지 못했다.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만나게 될지 말이다.
제비는 가지고 있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하쿠다 사진관의 주인인 석영이 숙박을 제공해 주기로 했다. 마을 끝에 있는 목포에서 제주도로 시집온 할머니의 민박집이었다. 그렇게 제비는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는 제주 생활을 시작했다.
제주도가 배경이다 보니 제주도 방언이 많이 나온다. 9월에 제주도 '한 달 살이'를 앞두고 읽은 책이라 책을 읽으며 더 공감이 되었다. 이 책에서는 제주도 사람들의 풍습도 나온다. 또 타지에서 온 사람들을 배척하는 모습도 나온다. 주인공 제비와 하쿠다 사진관 주인 석영의 이야기 외에도 여러 모습의 제주도를 엿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곳이 있다. 대왕문어마을의 축제를 준비하면서 나온 해녀의 이야기였다.
해녀는 바다에 맨 몸으로 들어가 바닷속에 있는 생물들을 잡아 올라오는 여성들이다.
해녀들은 축제를 하면서 지금의 해녀복장인 고무옷이 아닌 전통 해녀옷을 입는다. 제주도의 하나의 풍습이었다. 제비도 이 풍습을 함께 하게 되었는데 전통 해녀복을 입으려면 속옷까지도 벗어야 했다. 절대로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버티던 제비가 민박집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리며 그 옷을 입는다.
옛날부터 해녀들은 가족을 먹여 살려야 했다. 제주도는 남자들이 아주 귀한 섬이었다. 그래서 미혼자는 미혼자대로 살림을 보태고, 기혼자는 기혼자대로 아기를 낳아 키워야 했다. 전통 해녀복은 옆이 터져 있어서 속옷마저 벗으면 엉덩이 옆도 다 보이게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걸 입고 추운 겨울 바다에 들어간다는 건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옛날 해녀들은 가족들을 위해 이 옷을 입고 물속에 들어갔다. 임신을 해도 물에 들어가 일을 했다. 그렇기에 배가 불러와도 옷을 입을 수 있고, 속옷을 안 입는 건 물질하다가도 나와서 바로 아기에게 젖을 물리기 위해 입지를 않았다. 그렇기에 이 옷은 남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옷이 아니라 위대한 어머니의 옷이라고 말했다. 이 부분을 읽으며 험난한 바닷가에서 가족을 위해 일하는 해녀들의 모습이 그려져 마음이 뭉클했다.
전통 복장으로 갈아입은 해녀들은 추운 겨울 바다에 나가서 제사를 지냈다. 가장 좋은 것들을 재물로 바쳤다. 제사상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커다란 배, 사과, 떡, 돼지고기 꼬치 그리고 집집마다 준비해온 재물을 바쳤다. 이렇게 그들은 옛날부터 이어오는 문화를 지키며 또 바다에 자신들의 안전과 가족들의 안전을 빌고 풍요를 빌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정말 내가 제주도에 사는 것처럼 힐링을 느끼며 이 책을 읽었다. 하지만 점점 이 책이 가볍기만 한 책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사람들의 삶이 담겨있었다. 희노애락이 이 책 한 권에 담겨 나를 감동시켰다.
9월에 제주도에 가서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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