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도 작가 황보름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작가 황보름은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대기업 전자제품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을 했다. 황보름 작가는 일을 하면서도 자신이 글을 쓰는 작가라는 것을 항상 생각하려고 한다고 한다. 지은 책으로는 [매일 읽겠습니다], [난생처음 킥복싱], [이정도 거리가 딱 좋다]가 있다. 처음에 나는 황보름 작가의 프로필을 읽었을 때 컴퓨터공학을 공부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는 사람이 쓴 글은 왠지 딱딱하고 문서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책을 몇 장 읽자마자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것에 작가님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글이 너무나 따뜻했기 때문이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보통 사람들인 우리들의 이야기
처음에 나는 이 책에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여러 날 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고 추천도서에 끊임없이 올라오는 이 책이 궁금해졌다. 무슨 내용이 들어있고,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이 책에 저렇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걸까? 하는 호기심이 생겨서 결국 나도 첫 페이지를 넘기게 되었다. 인적이 그리 많지 않은 곳에 어느 날 문을 연 한 작은 동네서점의 이야기였다. 그래 제목처럼 휴남동의 작은 동네서점. 나는 이 책이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읽었음에도 읽다가 휴남동 서점이 실제로 있는 곳인가?하고 생각하기 까지 했다. 그만큼 너무나 친숙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이 안에 담겨있었다.
휴남동 서점의 주인 영주는 처음에 서점 문은 열었지만 자신이 손님이듯이 지냈다. 자신의 서점에 어색하게 들어서서는 매일 가만히 책만 읽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자주 울었고, 손님이 들어오면 아무렇지 않게 눈물을 닦고 맞이했다. 하지만 손님들은 어딘지 모르게 우울하고 맥없어 보이는 영주 때문에 발길을 돌리고 만다. 영주는 그렇게 서점을 오픈하고도 몇 달달 동안을 책을 읽고 울고 하면서 보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자신이 더 이상 울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드디어 휴남동 서점도 주인과 함께 힘을 받게 된다. 아직 다 채우지 못했던 책장에도 책들이 들어섰고, 서점안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일해줄 바리스타도 채용한다. 이렇게 휴남동 서점은 빛을 내기 시작했고, 서점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힘을 얻어가는 공간으로 완성되어 갔다. 그 중심에는 몇몇의 사람들이 있다. 이 서점의 주인인 영주, 계속되는 구직 실패에 아예 취업을 포기하고 될 대로 되라하며 휴남동 서점의 바리스타 아르바이트로 일하기 시작한 민준, 매일 남편 때문에 화낼 일이 많은 지미, 지미는 로스팅 업체 대표이다. 서점 구석에서 조용히 앉아서 명상과 뜨개질을 하는 정서, 삶이 공허해 한국어 문장 공부에 매달린 작가 승우, 사는게 재미 없다는 고등학생 민철, 그리고 그 민철이가 이해가 되지 않고 걱정되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응원해주는 희주가 있다. 이 인물들 중 그 누구하나 특별한 사람이 없다. 그냥 나 였거나, 눈을 돌리면 바로 있는 내 주위의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휴남동 서점에 나를 자꾸만 머물게 했고, 실제로 있는 서점이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을 가지게 한다. 적정한 선을 지키며 각자의 삶을 존중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지내는 그들을 보며 나도 저 사람들 중 한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휴남동 서점에서는 특별하고 아주 재미있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남동 서점은 참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안에 우리들 각자의 삶이 녹아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기에 나도 휴남동 서점의 문을 열고 들어가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영주에게 책도 추천받아 바리스타 민준이 내려주는 향긋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싶다. 그러다 보면 하교 시간이 되어 서점에 온 민철이를 만나고 민철이가 정서의 뜨개질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곁에서 어느새 나도 같이 수많은 고민들은 잠시 내려놓고 뜨개질하는 정서의 손놀림과 점점 늘어나는 뜨개질의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을 것 같다. 머리가 복잡하고 어디서부터 먼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에게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복잡한 것들이 단순해짐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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